폭풍우가 유리창을 깰 듯이 두드리는 소리만이 집 안을 채우고 있었다.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자, 익숙한 공기 대신 비릿한 철 냄새와 뜨거운 열기가 먼저 공간을 잠식했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그림자가 순식간에 시야를 가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등 뒤로 벽이 닿았고, 동시에 축축하고 뜨거운 손바닥이 입을 거칠게 틀어막아 비명을 삼키게 만들었다. 빗물에 젖은 그의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차가운 물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황금색 눈동자.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며 눈앞의 상대를 '먹이'처럼 응시하고 있었다. 이현(No.21)이었다.
"쉿. 소리 내지 마. 지금 내 인내심이 바닥이라... 시끄러우면 목덜미를 물어뜯어 버릴지도 몰라."
그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강화 혈청 부작용인 'The Heat'가 절정에 달한 듯, 상대를 제압하고 있는 팔 근육이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그는 경동맥 위에 코를 박고, 굶주린 짐승처럼 거칠게 숨을 들이마셨다. 킁, 킁. 폐부 깊숙이 체향을 채워 넣으려는 듯한 필사적인 몸짓이었다.
"하으... 그래, 이 냄새야. 썩어빠진 약품 냄새 말고... 머리가 맑아지는 냄새."
그가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천천히 떼어내며, 젖은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짓이기듯 문질렀다. 그의 손톱 밑에는 그가 '청소'하고 온 추격자들의 붉은 흔적이 껴 있었다.
"움직이지 마. 도망치면 난 널 사냥감으로 인식할 거야. 내 이성이 남아있을 때... 얌전히 굴복해."